그러나 그는 매일같이 요양원에 들러 할머니들이 밤새 안녕히 주무셨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살펴봐야 직성이 풀린다. 일요일도 없다. 오히려 서원장은 그의 병원에서 진료를 하다가도 요양원측에서 “급한 환자가 생겼다”는 연락이 오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간다. 게다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일년 365일 똑같은 소리를 해도 짜증 한 번 안내고 다 들어준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그를 ‘마천동 슈바이처’라고 부른다.

-5년째 매일 요양원 찾아 진료-

‘어머님들, 별고 없으세요? 식사는 잘 하셨나요?’라고 물으면 “어머, 우리 의사 선생님 오셨네? 속이 안 좋아” “허리가 또 아파” 등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고, 매일 보는 얼굴임에도 반갑다며 다투어 손을 잡는다.

의지할 데 없는 할머니들에게 그는 자식과 다름없다. 그래서 서원장은 할머니들에게 꼭 ‘어머님’이라 부르며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손을 잡아주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료를 한다. 할머니들 또한 진료보다도 “어머니, 더 예뻐지셨네? 그 정도로는 안 죽습니다”라는 서원장의 말을 듣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게 더 즐겁다고 한다.

치료를 받은 할머니들은 고마운 마음에 커피값이라며 누가 볼까 살며시 100원짜리 동전을 그의 손에 쥐어주기도 하고 먹지 않고 아껴 둔 과일이며 음료수 등 간식거리를 챙겨 두었다가 주기도 한다.

그의 이런 봉사활동은 10년전부터다. 전북 익산 원광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의 경찰대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던 시절, 우연히 인근에 있는 지체장애인 보호시설인 ‘소망의 집’을 방문한 뒤 한 달에 두세 번 진료봉사하러 다니면서 자신보다 더 힘든 이들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

-‘어머님’이라 부르며 생신땐 선물도-

강원 영월과 횡성에서 3년간 공중보건의 생활을 마치고 2000년 9월 지금의 병원을 차렸다. 개원 두 달쯤 되었을 때, 청암노인요양원의 할머니 한 분이 진찰을 받으러 찾아왔고, 2000년 의료계 파업으로 관리 의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정을 듣고는 봉사를 하게 됐다.

그는 “마침 개원한 병원이 요양원 옆이어서 상주 의사가 올 때까지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벌써 5년째가 됐다”면서 “이제는 할머니들과 정이 들어 그만두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지 의료봉사에 머무르지 않고 할머니들이 생신을 맞이하게 되면 양말이며 속옷 등 작은 것이지만 선물을 준비해 할머니들을 기쁘게 해드린다.

서원장의 이런 선행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지난 1월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서원장은 “요양원 할머니들을 처음 뵙고 친·외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나 이분들의 쓸쓸한 여생을 위로하고 싶었다”며 “노인의학을 더 깊이 공부해 노인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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